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우리는 어찌 살라고”
“대통령을 지낸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나라…. 이게 무슨 난리냔 말입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를 맞은 24일에도 시신이 안치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비롯해 전국 각 분향소와 인터넷 분향소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충격에 휩싸인 조문객들의 발길과 댓글이 이어졌다.
정부와 노 전 대통령 측이 이날 오후 국민장(國民葬)으로 치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국민적 추모열기가 가득했다. 고인이 한국민주주의 발전에 이룬 업적을 기억하고 계승하며 명복을 비는 애도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 못지않게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라면 평범한 우리들은 어찌 살란 말이냐”는 탄식과 애통함 역시 깊은 모습이다.
원망의 화살은 고인에 대한 검찰수사 방식에 쏠리면서,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검찰 책임론’에 대한 공방이 뜨겁게 일고 있다.
서울서 제주까지 전국이 추모열기
정부ㆍ유족 國民葬 치르기로 합의
‘검찰 책임론’속 시민 탄식 이어져
노 전 대통령을 공개소환하고 20일이 넘도록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망신주기’가 아니었냐는 지적과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다소 지연된 것을 비난한다면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수사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항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명품시계 등 자존심을 건드리는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고인의 심리적 부담을 키웠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검찰과 일부 언론의 합작품’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봉하마을을 찾는 일부 정치인과 조문객들 간 마찰을 예로 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사회갈등과 정치적 혼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전국 각지에 공식 분향소를 마련하고 재외공관에도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준비되는 분향소는 25일 오전 8시부터 주한 외교사절을 중심으로 문상을 받고, 서울역 광장에 마련되는 분향소는 25일 오전 7시부터 일반 시민 위주로 조문을 받는다.
/박영순기자
노무현 前대통령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