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에겐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이 주거권을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나 많다.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제시한 공공임대주택마저도 공급 부족과 비용 문제로 장애인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
2007년 말 현재 전체 공공임대주택 34만4555호 중 장애인에게 특별 배분된 주택은 고작 6338호(1.8%)에 불과하다. 어렵게 공공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더라도 임대보증금(600만?1000여만원), 월세와 관리비(평균 5만?15만원) 등을 내야 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뒤지는 장애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장애인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실태조사조차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이 국정감사와 대정부질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올 들어서야 겨우 실태조사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다. 정부는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장애인 주거 지원을 위한 관련 법의 제?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 의원 측은 전체 장애인 가구(194만4791가구) 중 3.3%인 6만4000여가구가 비닐하우스?움막 등과 같은 비주거용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15.6%인 30만3000여가구는 장애 특성에 맞는 주택 개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 의원은 “장애인의 주거 욕구 파악과 장애인 주거복지지원정책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계획 수립에 필요한 장애인 주거실태조사의 도입 및 정례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10% 임대주택 쿼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주거 복지 정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정책이 국토해양부?보건복지가족부?행정안전부?노동부?여성부?기획재정부 등으로 쪼개져 있어 부처 간 정책 연계가 원활치 않다고 지적한다. 장애인 복지를 총괄하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도 의례적인 보고 수준에 그칠 뿐 적극적인 정책 실현에는 인색하다는 게 장애인단체들의 평가다.
주거복지연대 관계자는 “장애인의 의식주 소외 문제는 한두 해 지적된 것이 아니어서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