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의 끝은 대체 어디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과 부인, 아들, 형, 조카사위 등 친인척이 총체적으로 등장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사의 커넥션 의혹도 끊이질 않는다. 이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지난해 박연차 구명을 위해 핵심 실세들에게 줄을 대려던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도 지난 2007년 대선 때 거액의 선거자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실세 정치인들 역시 로비 연루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악어들의 가면무도회' 같은 노 전 대통령 측 행적을 파헤치는 일 못지않게 살아 있는 권력의 주변에도 엄격한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게 공정한 수사라고 본다. 무엇보다 거론되는 인사들의 연결고리와 정황이 항간의 의혹을 살 만한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천신일 회장은 대선 때부터 상당한 역할을 했고 박연차 회장과도 오랜 인간관계를 맺어온 사이다. 박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게 된 지난해 7월 천 회장은 이종찬 당시 민정수석,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등과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단지 지인(知人)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써선 안 되겠지만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처지에서 자꾸 물러서기보다는 이 기회에 소상하게 소명하고 넘어가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과거 정치홍보대행사 운영 때부터 추부길 전 비서관과 친분을 맺어온 실세들도 마찬가지다. 박연차 회장이 지난해 청와대를 갓 떠난 추씨에게 2억원을 줬다면 결코 공돈일 리가 없다. 추씨가 청와대 주변의 설명대로 '능력과 경륜에 비해 과분한 행세'를 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초기 대통령비서진 가운데 '실세' 노릇을 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검찰이 사실규명을 소홀히 하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우선은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또 만에 하나라도 훗날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면 '죽은 권력만 손대는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역대 정치권력이 거의 예외없이 부패의 수렁에 빠지는 현실이 주는 교훈은 단 하나다. 정권이 끝난 뒤 단죄하기보다 권력이 살아있을 때 차단하는 게 훗날 업보를 훨씬 가볍게 한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