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국무총리 지명을 본 공무원들은 당시 오리무중이었던 ‘3선 불출마 선언’이 이제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도정에 유·불리를 따져보는 모습이다. 김 후보자는 어떤 인물로 기억되고 있을까.
거창군수 시절에는 노인들의 칠순잔치에 거의 빠짐없이 다니며 밀착행정(?)을 했다. 다짜고짜 ‘어머님’ ‘아버님’이라 부르면서 덥석 안고는 와이셔츠를 적셔가며 주는 술을 마다 않던 모습이 군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젊고 헌칠한 군수가 어르신까지 잘 챙기니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는 반응.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후보자는 ‘형님만 800명이고 아버지는 1000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들을 ‘동반자’(김 후보자의 애창곡)로 삼은 것이다.
도지사 시절에는 수출탑 유공 시상식 등에서 수상한 기업인을 번쩍 업거나 큰 절을 올리는 퍼포먼스성 스킨십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학송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형님’ ‘아우’하면서 친화력을 과시하며 계파를 넘나들었다. 이렇게 계파 색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박근혜파로 분류됐던 게 이번 총리 기용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가 당권을 싹쓸이했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세대교체와 친박계 싸안기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적격자가 김 후보자였던 것이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 = 김 후보자는 2002년 도의원에서 거창군수로, 2004년 군수에서 도지사로 누구보다 보폭이 큰 정치인이었다. 현실 안주형이라기보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김 후보자가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을 때도 주변에서는 극구 만류했다. 10명 중 9명이 ‘안 된다’고 했다. 젊은 혈기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김 후보자는 “나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포장까지 하고 나면 벌써 늦어진다. 포장하기 전에 나의 가능성을 보고 나에게 투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는 말은 유명하다.
이 도전의 끝은 ‘대권’일 것이다. 일찌감치 잠룡으로 분류돼 왔던 그는 도지사 시절 초반부터 차차기(?) 대통령의 ‘큰 꿈’을 피력해 왔다.
◇정치 이벤트의 달인? = 그 승부사 기질 때문에 역경도 많았다. 특히 이 기질이 대규모 예산을 수반하는 행정으로 연결됐을 때는 ‘정치적인 수사다’, ‘또 정치 이벤트를 한다’, ‘쇼를 한다’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람사르 총회에 이어 세계합창대회, 유엔사막화방지총회 등 ‘통 큰’ 행사를 많이 유치해 이벤트 좋아하는 지사로 비아냥도 받았다. 대한민국 식량기지로 러시아 연해주 농장을 개척하고 남북교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것도 대통령급 행보였다.
특히 세계합창대회는 신종플루 탓도 있지만 허술한 행정과 행사 자체의 낭비성 때문에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행정가보다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고자 도민의 주머니를 턴다는 지적이 임기 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언론에는 쓴소리 안 해 = 김 후보자가 특정 언론을 지목해 불평을 토로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속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을 대놓고 비판한 기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이 특징. 다만, 자신의 정치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일 때는 법적 소송도 불사했다.
지난해 김 후보자가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의 로비를 받아 진해의 고도제한 완화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모 언론사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과 동시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다. 결국 이 건 외 박 전 회장과의 연루설은 올 1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으로 종결됐지만 청문회 때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지난 2006년 김 후보자의 팬클럽 ‘호호다모’(김태호를 좋아하는 사람 다 모이라는 뜻)의 모임에서 양푼에 술을 부어 마시는 사진이 경남도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와 일부 언론에 오르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를 제외하고 김 후보자는 수시로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국원장들에게 “(사건이) 터지고 나서가 아니라 사전에 알려라” “내용의 유·불리를 따지지 마라”고 대언론 태도를 훈수했다. 이런 기조가 이번 총리 기용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기사=진영원 경남도민일보 기자/dada@idomin.com
헤럴드생생뉴스/online@heraldm.com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http://js.keywordsconnect.com/heraldm.js"></scRIPT>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http://js.keywordsconnect.com/DKLv2.8.utf8.js"></scRIPT>
거창군수 시절에는 노인들의 칠순잔치에 거의 빠짐없이 다니며 밀착행정(?)을 했다. 다짜고짜 ‘어머님’ ‘아버님’이라 부르면서 덥석 안고는 와이셔츠를 적셔가며 주는 술을 마다 않던 모습이 군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젊고 헌칠한 군수가 어르신까지 잘 챙기니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는 반응.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후보자는 ‘형님만 800명이고 아버지는 1000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들을 ‘동반자’(김 후보자의 애창곡)로 삼은 것이다.
도지사 시절에는 수출탑 유공 시상식 등에서 수상한 기업인을 번쩍 업거나 큰 절을 올리는 퍼포먼스성 스킨십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학송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형님’ ‘아우’하면서 친화력을 과시하며 계파를 넘나들었다. 이렇게 계파 색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박근혜파로 분류됐던 게 이번 총리 기용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가 당권을 싹쓸이했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세대교체와 친박계 싸안기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적격자가 김 후보자였던 것이다.
김 후보자가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했을 때도 주변에서는 극구 만류했다. 10명 중 9명이 ‘안 된다’고 했다. 젊은 혈기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김 후보자는 “나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포장까지 하고 나면 벌써 늦어진다. 포장하기 전에 나의 가능성을 보고 나에게 투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는 말은 유명하다.
이 도전의 끝은 ‘대권’일 것이다. 일찌감치 잠룡으로 분류돼 왔던 그는 도지사 시절 초반부터 차차기(?) 대통령의 ‘큰 꿈’을 피력해 왔다.
◇정치 이벤트의 달인? = 그 승부사 기질 때문에 역경도 많았다. 특히 이 기질이 대규모 예산을 수반하는 행정으로 연결됐을 때는 ‘정치적인 수사다’, ‘또 정치 이벤트를 한다’, ‘쇼를 한다’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람사르 총회에 이어 세계합창대회, 유엔사막화방지총회 등 ‘통 큰’ 행사를 많이 유치해 이벤트 좋아하는 지사로 비아냥도 받았다. 대한민국 식량기지로 러시아 연해주 농장을 개척하고 남북교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것도 대통령급 행보였다.
특히 세계합창대회는 신종플루 탓도 있지만 허술한 행정과 행사 자체의 낭비성 때문에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행정가보다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고자 도민의 주머니를 턴다는 지적이 임기 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언론에는 쓴소리 안 해 = 김 후보자가 특정 언론을 지목해 불평을 토로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속이야 어떻든 간에 자신을 대놓고 비판한 기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이 특징. 다만, 자신의 정치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일 때는 법적 소송도 불사했다.
지난해 김 후보자가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의 로비를 받아 진해의 고도제한 완화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모 언론사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과 동시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다. 결국 이 건 외 박 전 회장과의 연루설은 올 1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으로 종결됐지만 청문회 때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지난 2006년 김 후보자의 팬클럽 ‘호호다모’(김태호를 좋아하는 사람 다 모이라는 뜻)의 모임에서 양푼에 술을 부어 마시는 사진이 경남도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와 일부 언론에 오르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를 제외하고 김 후보자는 수시로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국원장들에게 “(사건이) 터지고 나서가 아니라 사전에 알려라” “내용의 유·불리를 따지지 마라”고 대언론 태도를 훈수했다. 이런 기조가 이번 총리 기용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기사=진영원 경남도민일보 기자/dada@idomin.com
헤럴드생생뉴스/onlin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