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결과를 보면, 금융 소비자는 금융회사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일부 운용사는 수익률 산정 시점인 만기일에 앞서 기초자산인 특정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를 떨어뜨려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 이 상품의 절반 이상은 1~2개 종목만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서, 운용사가 언제든지 시세 조종을 통해 수익률을 조작할 수 있음에도 금감원은 이 상품이 도입된 2003년 이후 감사원 지적이 있기 전까지 별다른 투자자 보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실손의료보험의 중복 가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의료비를 보험 대상으로 하는 이 상품은, 여러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보험료만 많이 낼 뿐 보상받는 보험금은 같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이런 사실을 계약자에게 충실히 설명하지 않고,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상당수 보험 계약자들이 중복 가입 상태에 빠졌다. 금감원은 감사원 지적 이후에야 중복 가입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심지어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 상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공적자금 1800여억원을 투입하게 했다. 또 금감원의 한 직원이 한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객 돈을 부당하게 운용하다 생긴 손실은 금융회사가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도 이날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재판장 임범석)는 주식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 투자금을 모두 잃은 강아무개씨 등 투자자 214명이 펀드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우리자산운용이 투자설명서대로 투자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금액을 전부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탁사인 하나은행 역시 우리자산운용의 지시에 계약 위반이 있는지 확인·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투자금액 전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투자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투자였다면 보존됐을 투자금 전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 셈이다.
김경락 노현웅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