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평우)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시험도입을 반대하던 종전 입장을 접고 ‘도입찬성’으로 급선회했다.
변협은 그 동안 예비시험제도에 대해 ‘고시낭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변협의 입장변화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등 헌법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법리적 판단과 더 이상 소모적인 논의가 계속되면 로스쿨의 안정적 정착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정책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석호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20일 국회 법사위가 개최한 ‘변호사시험제도에 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로스쿨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사법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는 한시적인 예비시험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경제적 약자 및 로스쿨을 나오지 않았지만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실질적 평등에 부합한다는 점과 (부결된) 제정안이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 판·검사의 임용이 변호사자격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할 때 공무담임권까지 제한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면서 예비시험의 도입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외에도 “로스쿨 이외에도 공인된 법학교육기관(법과대학)이 존재하고 그들 대부분이 로스쿨로 인가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과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국가시험의 예비시험을 인정하는 의료법 제5조와 형평의 문제가 있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 이사는 “예비시험의 도입이 로스쿨제도에 치명적인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법조실무교육이 부족한 예비법조인에 대한 후속교육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2016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폐지 이후 예비시험을 도입하되 시험의 존치기간이나 예비시험 합격자비율 등은 로스쿨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내로 극히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혔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번 진술내용은 대한변협의 상임이사회 논의를 거친 것”이라며 “이를 대한변협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서 법제이사 외에도 배병일 로스쿨협의회 이사와 양형우 홍익대 법대교수, 이동진 교육과학기술부 과장, 김제완 참여연대 실행위원,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등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진술인들은 응시제한과 관련해 응시기간은 제한하되 응시횟수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시험과목의 확장과 예비시험도입에 대해서는 진술인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다.
이주영 법조인양성제도개선소위원회 위원장은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인 만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지난달 12일 변호사시험법 부결에 단초를 제공했던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이 질의의원으로 참석했다. 강 의원은 지난 17일 변호사시험에서 예비시험 출신자가 로스쿨 입학정원의 20%까지 합격할 수 있도록 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