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만인 지난해 3월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던 우리 요원의 전원 철수를 요구했다. “핵 해결 없인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었다.
10월에는 대북 전단살포가 개성공단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위를 점차 높였고 11월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김영철 정책실장과 조사단이 개성공단 현지를 방문 “철수에 얼마가 걸리느냐”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북한은 지난해 12월 1일 북측 군사분계선 육상통행에 대한 제한을 실시했으며 지난 9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과 함께 남북간 군 통신선을 차단해 1차 개성통행 중단조치를 시행했고 13일부터 2차 중단조치에 들어갔다.
북한이 1년 전부터 개성공단 전면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6·15선언, 10·4선언의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원칙적 발언만 반복됐을 뿐 구체적인 전략은 없었다.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급격하게 냉각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반면 북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높았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의 목표”(지난해 11월 미국방문 당시)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서는 “하루 세끼 밥 먹는 것을 걱정하는 사회주의라면, 그런 사회주의는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지난 2월 12일)고 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과 흡수통일을 시사하는 발언에 대해 북한의 반응은 거칠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현실 인식과 대책은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입을 다시 주목해 보자.
지난 13일 해군사관학교 임관식에서 그는 “지금 북한은 육·해·공 모든 곳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은 물론 민간에 대한 위협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예고와 함께 개성공단 통행차단에 이르는 긴박한 상황인식이 배어난다.
전날 국민원로회의 제1차 회의에서는 “‘남북관계를 잘 해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단기적 처방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 쌀과 비료만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대신 원칙을 지키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구체적인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개성공단 통행차단은 ''기다림''의 대북정책을 추구한 우리 정부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하지만 당장 개성공단에 700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소리’로 들릴 소지가 많다.
‘개성공단 폐쇄’는 선택할 수 없는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 ‘무노동무임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수단이다. 더구나 북한 측을 설득할 대화채널도 모두 끊긴 상태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