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배상심의위원회의 ‘실테보고’-
1990년 5월 19일, 당시 만능기계(주) 박흥식 대표이사는 구멍탄과 갈탄과 가스와 기름 겸용 온수 보일러(실용신안등록 제39438호)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5회 발명의 날에 공로표창을 수상한다.
건실한 중소기업 CEO인 그가 경북 상주군 공성농공 단지에 보일러 공장(대지 2,100평 건물 700평)을 신축하던 그 해 2월 26일, 제일은행 상주 지점에서 어음을 결제할 당시 제일은행에 저축예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차 부도처리 당한다. 당시 박 대표이사는 부도 방지를 위해 별도로 1,300만 원을 제일은행에 송금하지만 만능기계의 어음(어음교환소에서는 만능기계(주)에 대해 거래정지의 처분을 내린 사실이 없음)에 이어 만능기계(주)마저 최종 부도처리된다.
부도 직후 박흥식 씨는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을 상대로 '제일은행의 저축예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민원을 제출한다. 이에 은행감독원에서는 경실련에서 재무부 장관에게 재조정신청을 하여 확보한 "재심이유서"에 대해서도 각하한다(1994. 12. 19, 의안번호 제94-41호). 아울러 제일은행 측에서는 KBS 9시 뉴스에 방송된 내용을 명예훼손('94형제56168호)으로 박흥식 씨를 고소하고, 대여금 청구로 사기소송까지 제기하기에 이른다(1995. 6. 26.).
이에 박흥식 씨는 제일은행을 상대로 부당 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반소('95가단165843호)를 제기한 결과, 1심에서는 도둑재판으로 패소를 하지만, 항소심에서 20차 변론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제일은행에서 제기한 사기소송 및 명예훼손등 사건이 무혐의로 처리(동부지방검찰청 '94형제56168호)되는 승소를 거둘 뿐만 아니라, 만능기계(주)의 부도처리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승소확정 판결(1999. 4. 13.)까지 받아낸다.
이 사실을 근거로 박흥식 씨는 제일은행의 불법행위(제일은행은 만능기계(주)를 부도처리한 후 박흥식 씨 소유의 어음 7매 2,174만 원을 반환하지 않음) 및 금융 감독기관의 부작위로 인한 공장경매와 공장 분양 계약 해제와 투자 손실과 특허권 소멸과 신용 훼손 등을 국가에서 조사하여 그 피해를 보상해 줄 것을 '국민청원'을 제기(최초 제기, 1999. 11. 11.)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던 중, 제17대 국회 시절 2005년 3월 5일경 고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자치부의 민원 보고 대회에서 '민원 제도 개선에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함에 따라 정무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는 박흥식 씨를 참석시킨 가운데 금융감독원을 향해 그와 합의할 것을 구두로 의결한다. 그 결과 금융감독원과 제일은행 측에서는 제일은행의 불법행위 및 금융 감독기관의 부작위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청원을 취소하는 조건으로 박흥식 씨에게 7,000만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박흥식 청원인은 금융감독원과 제일은행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 후 경기도 의회에서 '내 기업 살려내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다. 이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는 감사원으로 하여금 금융감독원을 감사하도록 의뢰한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제일은행의 불법행위 및 금융감독원의 부작위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청원을 금융감독원으로 이송하려고 하자 박흥식 청원인은 감사원 앞에서 직접 감사를 촉구하다가 공무방해죄로 벌금만 납부한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박흥식 청원인은 18대 국회에 청원을 다시 접수한다(2008. 9. 17.). 그 결과 제18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청원심사소위원회를 개의(2010. 4. 28.)하여 제일은행의 불법행위 및 금융감독원의 부작위로 인한 피해 보상에 관한 청원을 "다시 한 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조정 방안을 강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놓는 한편, 동년 6월 22일에는 국회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사건을 계속해 심사하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조정 방안을 강구하도록 촉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토록 가결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무위원회에서는 앞서 밝힌 제안과 가결 내용이 담긴 공문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발송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한 내용은 10일 이내에 그 결과를 답변해야 한다는 국회법 제128조 제5항을 위반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 정무위원회 역시 박흥식 씨의 청원 내용과 관련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무성의한 태도를 방관할 뿐, 어떠한 실질적 대책도 강구하지 않는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일은 제일은행 측이 박흥식 씨에게 2억 2000만 원의 합의금을 전하라는 조정안을 되풀이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 조정안은 50여억 원이라는 금전적 손실(제일은행 심의위원회에서 작성한 박흥식 씨의 피해보상액 평가는 48억 원으로 평가된 바 있음)은 물론, 엄청난 정서적, 시간적 손실을 입은 박흥식 씨의 입장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청원'을 제기한 이래로 박흥식 씨는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단 한 차례도 '국민청원'과 관련한 내용을 통보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박흥식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 국가배상제도는 현실과는 동떨어질 뿐더러 해결 능력조차 결여된, 청원인을 철저히 배제시키는 유명무실한 제도임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18대 국회의 청원 처리 실적은 접수 272건 중 채택 3건, 본회의 불부의 61건, 철회 5건, 자동폐기 203건으로 청원처리는 본 청원을 제외하면 채택 3건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우리 나라의 청원 처리 실적이 저조한 근본 이유는 다음의 조항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헌법 제26조제2항에 의하여 국가가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지고 청원법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주관 관서가 그 심사처리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할 의무를 지고 있더라도 청원을 수리한 국가 기관은 이를 성실, 공정, 신속히 심사, 처리하여 그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하는 이상의 법률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가 그것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수리한 청원을 받아들여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지의 여부는 국가기관의 자유재량에 속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청원자의 권리의무, 그 밖의 법률관계에는 하등의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청원에 대한 심사처리결과의 통지 유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지경이라면 국민의 인권과 청원법을 포함한 국가배상제도는 있으나마나 한 유명무실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상임대표 박흥식 man4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