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교부금 ‘쌈짓돈’은 재량권 통제가 핵심 |
예산정책처, 특별교부금ㆍ교부세 사용내용 공재 추진 |
행정부가 ‘쌈짓돈’처럼 사용하던 특별교부세와 특별교부금 사용내역 공개가 추진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용내역 공개가 사후 제도라는 점에서 ‘재량 사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겠느냐며 실효성에 물음표를 찍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9일 재정관련 법률 개선과제 보고서를 내고 “장관의 쌈짓돈 역할을 하며 불투명하게 집행됐던 특별교부세, 특별교부금 내역을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관련법률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예산정책처는 29일 재정관련 법률 개선 과제 보고서를 내고 “장관의 쌈짓돈 역할을 하며 불투명하게 집행됐던 특별교부세, 교부금 내역을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관련법률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 ||
특별교부세ㆍ교부금은 국회의 예결산 심의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행정부의 재량 사용이 가능해 이따금 문제를 일으켜 왔다. 최근, 이명박 정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과 소속 공무원이 모교 또는 자녀 학교에 지원하려고 했던 예산도 ‘특별교부금’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이 문제로 장관직을 내놨다.
또한 노무현 정권 말기, 일명 ‘변양균ㆍ신정아 사건’에서 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인 사찰인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10억원 대 건축비를 지원하다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 받았다.
예산정책처는 “특별교부세는 지역마다 차별적인 지원으로 지역주민 원성을 사왔다는 점에서 집행내역 공개와 국회심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며 “국가재정의 자의적 집행을 막기 위해 반드시 국회보고 및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특별교부세와 교부금 집행의 토대가 되는 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각각의 법에서 ‘보통교부금’에만 국회 보고의무를 둔 조항을 모든 교부금에 적용하도록 하는 예산정책처의 개정의견을 제시했다.
17ㆍ18대 국회 ‘특별교부금 축소’안 발의 잇따라
하지만 교부금에 대한 제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이주호 전 의원과 최순영 전 의원이 교부금 재정 축소를 뼈대로 하는 교부금법 개정안을 냈으나 논의 한 번 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 됐다.
18대 국회에서도 유선호 의원(민주당, 전남 장흥ㆍ강진ㆍ영암)은 김 전 교육부 장관의 교부금 사용이 문제가 되자 특별교부금 규모 축소와 배분 기준 및 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제정교부금법(교부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특별교부세ㆍ교부금 사용내역 공개, 효과는 물음표
예산정책처의 사용내역 공개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을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물음표를 찍었다. 사용내역 공개는 어차피 ‘사후절차’라는 점 때문이다. 특별교부세ㆍ교부금의 핵심은 ‘폭넓은 재량권’을 어떻게 제한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전문가들은 특별교부세와 교부금은 행정부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쌈짓돈'이기도 하다며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특별교부세와 교부금 집행에서 '재량권을 축소'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2006년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여의도통신 Photo DB. | ||
정광모 희망제작소 공공재정 연구위원은 “재량 사용권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부세와 교부금 총액 축소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첫 번째”라며 “담당부처에서 교부세와 교부금 배분 기준을 명확히 해 행정부처의 재량권을 줄이는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내역 공개는 효과가 가장 미미한 절차라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학영입법정책연구소의 김학영 대표는 “현재 예결심위에서 개별 예산 편성을 주도하다보니 정부 예산편성방식에 부흥하도록 편성하고 있다”며 “개별 상임위의 예산심의위원회가 하는 예산심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예결특위는 기획재정부의 고유 역할에만 초점을 맞춰 예산을 심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특별교부세ㆍ교부금이 행정부의 ‘쌈짓돈’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의 ‘쌈짓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위원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특별교부세ㆍ교부금을 국회의원과 총리, 장관이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이해관계도 걸려있다”고 설명했다.
김학영 대표 역시 “특별교부세ㆍ교부금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의원이면 몰라도 어떤 의미인지 아는 의원이라면 잘 안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논의가 공론화되지 않으면 유야무야 국회에서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편, 예산정책처는 국가재정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정책 과정에서 국민과 재정 부담을 경감시키는 총 21건 개혁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13개 법률 개정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특별교부금 사용처, 명백히 밝혀야! 2008년 06월 01일 (일) 21:39:46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교과부 간부가 모교나 자녀의 학교를 방문해 격려금을 지원한다는 증서를 전달했었다.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자 장관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했고, 급기야 지난 26일 국장급 간부 2명에게 자녀의 학교를 찾아가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5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증서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대기 발령 조치를 내렸다. 특별교부금을 명목 없이 사용하려 한 것도 문제지만 지시사항을 제대로 따른 직원을 징계해서 마무리 하려는 발상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별교부금이란 지방자치단체에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보통교부금과 달리 국가가 별도로 관리하면서 지역 간 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하거나 자연재해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특별한 재원이 필요할 경우 그에 긴급히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 용도를 지정하지 않은 채 마련해 둔 재정이다. 특별교부금은 국회나 지방자치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 하는 돈이기에 거의 각 부처 장관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로 쓰이고 교과부의 경우 올해 특별교부금은 1조1699억 원이나 된다.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지난 2006년 이러한 특별교부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특별교부금 사용내역을 최종 지원 내역 까지 상세히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었다.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 교육부가 시도에 지원한 총액뿐만 아니라 자세한 사용내용까지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당시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었다. 일 년에 1조원이 넘는 거금의 국민세금을 장관과 정치권의 유착에 활용하거나 교육현장을 통제하기 위한 권력으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납세자에게 이의 집행내용을 알리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아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교과부는 법원의 판결까지 불복함으로 지불하는 추가적인 변호사 선임료 또한 국민의 혈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난정권의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사찰에 특별교부금 10억을 지원하도록 행정자치부의 압력을 넣어 문제가 되었던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현 교과부 장관이 부서 간부를 모교와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케 해 선심 쓰듯 특별교부금을 사용하는 행태를 보면 특별교부금이야 말로 지극히 눈 먼 돈으로 쓰이게 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교부금의 예결 집행의 구조를 바꾸어야 하고 그 바뀌는 구조는 특별교부금의 사용처를 국민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다.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특별교부금 사용처에 대한 정보 공개는 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교과부가 납세자인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지난 정권의 관행에 길들여진 교과부 직원들은 하루빨리 낡은 행태에서 벗어나야 하며, 특별교부금 정보공개를 거부한 실무 책임자는 바뀐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교과부 장관은 바른교육권실천행동 등이 제기한 특별교부금 사용처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를 받아들여 서울고등법원의 항소를 취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번 문제의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