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사건의 뇌관으로 지목된 홍콩 현지법인 APC의 계좌내역을 조만간 홍콩 사법당국에서 넘겨받기로 했다고 대검 중수부가 2일 밝힘에 따라 그 폭발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2년 10월 미국 국적의 조모씨의 명의를 빌려 홍콩에 APC를 세우고, 조씨가 배당금을 받는 것처럼 위장해 685억3천여만원의 배당소득을 챙겼다.
박 회장 측은 이 돈에 대해 "200억원 정도는 홍콩에 남아있는 상태이고 나머지는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에서 사업 확장 비용 등으로 썼으며 국내로는 들여오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작년 2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홍콩계좌로 송금받았는데, 이 돈이 APC 계좌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이 돈의 흐름을 쫓고 돈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씨가 받은 500만 달러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APC 관련 계좌와 박 회장 측의 대여금고에 찾아낸 홍콩 계좌들의 입ㆍ출금 내역은 진실 규명을 위한 `열쇠'라는 것이다.
심지어 수사 관계자는 "APC 자금을 신줏단지 보듯이 살펴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APC 자금 일부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경남 김해의 아파트 건설 부지를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챙김으로써 박 회장의 위장회사로 비자금 조성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DNS사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검찰은 유입된 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용으로 쓰였는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작년 12월 계좌내역을 보내달라고 홍콩에 사법공조를 요청, 1차로 일부 자료를 넘겨받았지만 수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자료를 요청한 상태였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짐에도 "APC 계좌를 봐야 한다"고만 밝혔었다.
검찰은 일단 홍콩 자금의 거래명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박 회장의 진술을 듣고 연씨를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주변인들을 소환해 500만 달러가 실제 누구를 위해, 어떤 명목으로 건네졌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또는 소환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또 계좌추적 내용에 따라서는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처벌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관계 인사도 더 늘어나고 수사 기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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