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사태에 대한 인사말
탈레반 피랍 사태 21일째에 접어든 지금, 피랍자 가족뿐만 아니라 이 대한민국은 비탄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습니다. 탈레반과의 협상에 정부가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더불어 미국 정부가 협상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세력간의 분쟁에 휘말려 민간인이 위험에 처한다고 해도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국민을 실의에 빠뜨린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1950년 6월 14일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지난 60여 년간 연합국인 미국을 도왔습니다. 베트남전 파병에서부터 최근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며 크고 작은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일으킨 탈레반과의 분쟁에서 미국의 우호국인 대한민국의 민간인이 인질로 잡혀 있는 이 비상사태에, 어째서 미국은 관망만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인권 존중 차원에서 본다하더라도 인질 사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피랍자들의 아프가니스탄 방문 목적은 대민봉사였습니다. 복지, 의료시설이 열악한 환경에 사는 난민들에 도움을 주려고 갔던 이들에게 피랍이라는 죽음과 인접한 시련은 응당한 대접이란 말입니까?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봉사 도중 당한 위험이기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속히 인질 석방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보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시, 대민봉사라는 숭고한 목적에도 위험국가를 방문한 사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피랍된 당사자들에게 묻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좋지만 굳이 위험국가에 가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꼭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습니다. 같은 힘이라면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는데 쏟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더라면 국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보탬이 되었을 뿐 아니라 사회의 귀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번 탈레반 인질 사태에 참여정부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최근 이슬람 무장세력의 민간인 납치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위험국가의 방문을 승인한 일은 피랍사태의 발생에 일정부분 원인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지금에 와 위험국가 방문을 금지하였지만 이번의 인질 사태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앞으로 발생할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해외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보다 적극적인 대비책 마련과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여행이나 유학도 자제할 수 있는 방안 구축도 마련해야 합니다. 320조원의 국가 부채를 떠안고 있는 나라에서 해외여행과 유학으로 허황된 외화지출을 하기보다 더 잘 사는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 국민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