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에게 선물한 수필집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의 저자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58·사진)가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해 “서울의 미래에 대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따끔한 한마디를 내던졌다.
송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박원순 시장은 현장에서의 소소한 살림살이는 잘하지만 미래 비전은 약하다”며 “좋은 리더가 되려면 이제는 거시적인 비전을 서울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후 서울의 모습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화두를 시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런던, 암스테르담, 보스턴, LA, 베네치아, 마드리드 등 세계를 이끌었던 도시들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박 시장은 중국의 북경과 일본 도쿄에 대비해 서울을 세계발전의 동력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찾아내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의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의원에게도 같은 맥락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김 전 총리나 정몽준 의원이 소소한 이야기는 하는데 정작 서울시민이 듣고 싶어하는 세계 속 서울의 위상, 서울의 정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말씀하는 것으로 봐서는 두 분 다 (서울시장 자격에) 모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과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교보문고에서 만나 서로에게 줄 책을 찾아 직접 계산한 뒤 건넸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송 교수의 책을 구매해 안 위원장에게 선물했다. 송 교수가 쓴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안 위원장은 이탈노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들 사서 박 시장에게 줬다. 이 책은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황혼기에 접어든 타타르 왕국의 황제 쿠빌라이가 55개 유토피아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다.
박 시장과 송 교수는 서울대 사회계열 73학번 동기다. 하지만 박 시장이 입학하던 해 시국사건으로 제적당하면서 두 사람은 학창시절엔 친분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송 교수는 “박 시장이 왕성하게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1990년대에 이런 저런 자리에서 만났고, 12~13년 전쯤 서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에 시민운동 파트가 있어 내가 박 시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지난 3월엔 박 시장이 주재하는 서울시 독서모임에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 저자로 초청받아 갔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