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부 신년 인사회 안팎 -7일 여당의원 전원 청와대 초청 만찬
2014년 정부 신년 인사회가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강창희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정홍원 국무총리 등 5부 요인,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여야 대표, 경제 5단체장 등 23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뼈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작년 한 해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여러분들이 법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며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로 불안과 분단의 고통이 지속되는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개월간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국정운영은 2인3각, 3인4각 경주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부가 아무리 바쁜 걸음으로 달려가려 해도 국회든 지자체든 어느 한 곳이라도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버리면 모두가 전진하지 못하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계신 분 모두가 정부와 함께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공동 책임을 지고 있다”며 집권 2년차 국정운영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야당을 겨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 신년인사회에 입장하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양승태 대법원장, 정홍원 국무총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이병석 국회부의장(박 대통령 오른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박수로 맞고 있다. | 연합뉴스
김 대표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A4 용지에 준비해 온 인사말을 작심한 듯 읽었다. 그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대타협 위원회’와 같은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여·야·정과 경제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새해에 대선과 관련된 의혹들은 모두 특검에 맡겨 정리하고, 경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는 물론, 대통령과 야당도 충분히 소통하는 정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5부 요인, 여야 대표, 이병석·박병석 국회부의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김 대표는 테이블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데 여당이 별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정당공천 폐지를 위해 분명한 입장을 여당에 제대로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황우여 대표에게 “잘하세요”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서로 맞은편에 위치해 1 대 1 대화는 거의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여야 대표는 원탁 테이블에서 간간이 웃음섞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행사 직전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별 말씀을…고맙다”라고 짧게 답했다.
야당 대표가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때 야당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 청와대를 방문했다. 김 대표는 앞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통정치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깊어가는 때에 민주당의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대표는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힌다. 기자회견에는 정홍원 총리와 국무위원, 청와대 실장·수석비서관들이 배석한다. 박 대통령이 기자 질문을 받는 기자회견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불통 비판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7일에는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55명 전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100여명 등 26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대규모 만찬 회동을 가진다. 취임 후 여당 의원 전원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안홍욱·심혜리 기자 a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