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이례적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의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이 국내외 경제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작성됐고, 박 대통령의 공약 재원 이행계획을 담은 ‘공약가계부’는 재정난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도 ‘기계적인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연구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을 만든 측근 인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연구원 출신 인사의 상당수는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요직에 등용됐다.
미래연구원은 25일 ‘기획재정부 업무계획 평가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 경제 분야 6개월을 평가했다. 보고서는 우선 지난 4월3일 발표된 기재부의 2013년 업무계획이 이전 정부 것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13년은 박근혜 정부의 초년이므로 5년을 내다보고 장기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나 장기 정책 없이 (과거 작성된) 매년의 업무계획에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가한 수동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의 경제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하반기 3%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고 내년에는 세계경제 호전으로 4% 성장률을 실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을 감안하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미래연구원은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4%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조건”이라며 “세계경제가 수출을 견인하지 못하거나 내수가 호전되지 못해 4% 경제성장률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대안이 있어야 하지만 기재부는 이런 대안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재부의 낙관적 전망이 재정난으로 이어져 대통령의 복지 공약 이행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기재부 전망대로 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상당한 세수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집권 후반기에 지출이 집중된 공약가계부는 재정난으로 추진 애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부의 개별 경제정책들도 비판했다. 세법개정안에 관해서는 “기계적인 숫자 맞추기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설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창조형 서비스 산업 육성대책은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 산업 대책에 ‘창조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에 불과하고, 일자리 창출 대책은 구체적인 추진과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개발된 정책의 연속성 여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책 간 관계가 정리될 필요가 있다”며 “공약 사업은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경기 조절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업 연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