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사건까지 전부 시행은 소송경제에 反해
피의자·변호인에 녹화 신청권 인정하면 남용우려
법원행정처 "시범실시 결과 보고 입법 추진해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는 "형사재판의 공판심리를 모두 속기·녹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소송경제에 반한다"며 최근 국회에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공판정에서의 심리 전부에 대한 속기, 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또 속기록을 소송기록에 첨부해 공판조서의 일부로 포함하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조서의 기재에 대해 변경을 청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때에는 녹음물 등을 확인해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공판조서를 수정하도록 했다.
현재 법원 공판조서는 속기방식이 아닌 진술의 요약 방식으로 기재되고 있어 한 번 잘못 기재되면 녹음파일을 확인해 공판조서를 수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행법은 법원으로 하여금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이 있는 때'에 한해 허가절차를 거쳐 공판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속기하거나 녹음 또는 영상녹화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박상훈 변협 법제이사는 "현재와 같이 법정에서 판사가 재량에 따라 중요한 사건이나 추후 진술의 임의성 등이 문제될 수 있는 사건 위주로 해야 하지, 모든 사건에서 속기,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는 것은 전체적인 형사사법이나 국가의 소송경제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변협은 또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청이 있으면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진술을 의무적으로 영상녹화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 하느냐의 여부는 수사기관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영상녹화 신청권을 인정하면 신청권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위원회에 제출한 검토보고에서 법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검토보고서는 "공판정에서의 심리 전부에 대해 속기, 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의무화해 해당 속기록을 공판조서의 일부로 하고 공판조서의 기재에 대해 변경청구나 이의제기가 있을 때 녹음물 등을 확인해 공판조서를 수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공판조서의 허위기재를 방지하고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 시설의 정비, 속기사 확충, 공판조서를 수정하는 세부절차 마련 등의 문제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법사위에 "공판기록을 녹음에 의하도록 하는 '법정 녹음에 의한 변론기록화 방안'을 시범실시 중이므로 시범실시 결과를 분석해 제도시행 여부와 방법 등을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혜진 기자 cor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