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朴 당선인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 전무
(3) 기준점은 아직도 '아버지 시대', 이를 뛰어넘지 못해
(4) 주요 사항을 '나홀로' 결정… 혼자 책임지는 구조
헌정사상 초유의 초대 총리 후보자 낙마사태는 어쩌다 벌어진 걸까. 정치권에선 단순 '인사 사고'가 아닌 '예고된 참사'라고 평가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사결정 및 보좌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용준 전 후보자가 높은 검증 벽을 쉽게 여겼던 탓도 있지만 결국 박 당선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여권 인사들은 30일 "이번 기회를 약으로 삼아 박 당선인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한 답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인수위원회 운영 과정도 마찬가지다. 김 전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곤 있지만 실질적 업무는 진영 부위원장과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들을 통해 박 당선인이 직접 챙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정당 대표 등 박 당선인이 거쳐 온 자리들과 달리 대통령은 무엇보다 '권력배분'을 잘해서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박 당선인이 아직 대통령으로 '모드 전환'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통치 시계'가 1970년대 아버지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경호처 격상부터 보안 지상주의까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이다.
◇'노(No)'라 말할 참모도, 뒷받침할 세력도 없다=이상돈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박 당선인 주변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총리 인선에서도 아무도 '노'라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공식 시스템 대신 일부 비서들과 일하다보니 애당초 쓴소리나 반대 여론이 전달될 수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이는 '절대 충성, 절대 보안'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이 자초한 결과다. 인수위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려고 쓴소리 한번 했다 찍히면 영원히 아웃인데, 누가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박 당선인이 흔들리는 상황에 처했는데 구원투수로 그를 뒷받침해줄 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꿰고 이를 뒷받침할 '집권세력'이 존재했지만, 박 당선인 주변엔 지금 이마저도 없다. 측근 비리를 척결하고 친위세력을 두지 않겠다며 친박근혜계를 사실상 배제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집권세력이란 건 공동 지분이 있어야 하는데, 애당초 박 당선인 개인기에 의존해 선거를 치렀기에 '나 홀로 집권'을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정부조직개편 등 새 정부 출범 준비 과정을 "박 당선인이 알아서 하겠지"라며 팔짱낀 채 보고만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