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농의 8남매 중 일곱째로 출생. 초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 구두닦이를 하다가 금속공장에 취직. 노조에 가입해 노동운동가로서 삶을 시작.
철강노조위원장으로서 노동운동을 주도, 그 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 노동자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세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마침내 2002년 대선에서 승리. 34대 대통령에 취임
2009년에 2016년 올림픽 유치 성공까지, 8년 동안 경제성장, 경제안정, 분배 개선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 퇴임 시 국민 지지도 87%.
“이제 거리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앞으로는 더 서민들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집권을 끝내고 2011년 새해부터 평민으로 돌아간 그. 브라질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일제히 찬사를 보냈습니다.
[ 당을 뛰어 넘는 대화와 소통 ]
그가 노동당 대표로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하원에서 노동자당의 의석은 18%밖에 안 돼 좌파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또, 그가 당선되고 좌파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외국자본이 브라질을 떠나고 증시가 곤두박질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좌우파를 뛰어넘는 유연한 경제, 외교정책을 구사했다고 합니다. 외채를 상환하고 긴축정책을 펴 국제사회의 신임을 얻었다고 합니다.
[ 제일 중요한 것은 어린이 ]
가난한 노동자 가정의 8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룰라. 그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 두고 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땅콩과 사탕을 팔아야 했던 그. 그는 브라질의 어린이들이 자신의 과거의 삶을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이와 교육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보우사 파밀리아’입니다.
참고 - 보 우사 파밀리아 <일종의 기본소득>
보우사 파밀리아는 정부가 빈곤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부모가 의무적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제도입니다. 어린이 예방접종도 현금 지급의 조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음식·의류 등 빈곤층의 생필품 부족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어린이들의 학습권과 건강을 보호해서 인적 자본을 육성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어린이 1인당 22레알(약 1만5000원)을 지급하는데 3인(66레알)까지 지원이 가능합니다. 또한 극빈층에게는 월 68레알(약 4만6000원)을 추가 지급합니다. 룰라 집권 이전까지 하위 60%가 국민소득의 4%밖에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브라질에는 가구당 월소득이 50레알 이하인 지역도 많으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 가난의 대물림도 끊겠다.]
가끔 물질만능 주의 속에서 성장과 발달만 중시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가장 중요한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지도자라면 다른 것보다 사람 즉, 국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룰라는 “사람들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것이 모든 정책의 최우선”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단지 당선을 위한 공략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룰라 집권 8년 동안 빈곤률이 30%에서 19%로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8번째로 소득 불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였다고 합니다.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 ‘벨린디아’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남부 지역은 벨기에만큼 잘 살지만 동북부는 인도(인디아)만큼 못 산다는 뜻이라고 하니 그 불평등이 짐작이 됩니다. 룰라는 임기동안 극빈곤층 인구수를 줄이고 중산층을 두텁게 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킨 “사람”을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제도적으로만 서민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가난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던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틈만 나면 대통령궁을 나와 빈민들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며 서민들과의 소통과 스킨십을 즐긴 가까운 대통령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빈곤층을 위해 최저임금 개선을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4년 동안 최저임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에게 공약은 공약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그는 집권 8년 동안 2002년 월 200레알이던 최저임금을 현재 510레알까지 올리는 등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서민을 위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드러운 좌파' 룰라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
[ 룰라 정부의 사회정책 분석 ]
1. 룰라 정부는 사회정책 항목들의 예산을 직접 지출 부문을 중심으로 대폭 증액했고, 빈곤 퇴치 운동과 가족 지원금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 가족들에게 일정액의 기초 생활비를 지급하고 미취학 연령 어린이 가족에게 자녀 취학을 전제로 소득을 지원하는 등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룰라 정부의 사회정책으로부터 수혜를 받은 주요 집단은 비공식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무토지 농민과 빈민층이었습니다.
2. 룰라 정부는 공적 부문 퇴직자의 연금 수령액을 사적 부문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연금 수령액 상한액 상한선을 낮추는 연금제도 개혁을 실시하여 노동자당 의원들과 공공 부문 노동자들에게서 거센 저항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금제도가 막대한 규모의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절대다수는 연금제도 개혁에 동의했으며 CUT도 정부의 연금제도 개혁안을 수용했습니다.
[ 룰라 정부의 경제정책 분석]
전체적으로 경제 정책에서는 룰라는 까르도주의 계승자로 평가받습니다.
1. 룰라 정부는 까르도주 정부가 추진하던 사유화 정책을 중단하고, 시장 개방을 조절하며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미국 중심의 중남미 경제통합을 거부하고 메르꼬수르 중심의 지역 경제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개입주의 경제‧통상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2. 노동자당은 창당 이래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변혁적 정책들을 꾸준히 주창해 왔으며, 은행 및 기간산업의 국유화, 외채 지불 중지, 급진적 토지개혁이 그 핵심이었습니다. 룰라 정부가 노동자당의 국민들과의 오랜 약속들 가운데 부분적으로라도 실천한 것은 토지개혁밖에 없습니다,
3. 2003년 임기를 시작한 룰라는 까르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던 '과격한 투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브라질을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더 깊고 더 양호하게 편입시키는 길을 선택합니다.
룰라는 월스트리트 출신 엔리케 메이렐레스를 중앙은행 총재로 기용하는가 하면, 외환·자본 시장의 개방 및 자유화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국내 은행에서 무제한으로 달러를 사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율도 크게 낮췄습니다. 또한 임기 내내 금리 수준을 세계적으로 높은 10% 내외로 유지했습니다. 레알화 가치도 1999년 변동환율제 도입으로 크게 떨어진 뒤 줄곧 빠른 속도로 절상되었습니다. 외자 유치를 위해 국내 산업을 희생시켰던 까르도주 노선이 유연한 형태로 계속된 것입니다.
4. 까르도주와 가장 큰 차이는 룰라 임기동안 수출 실적(과 경상수지)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시기 무역흑자는 매년 100억~400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나 수출 내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수출품이 주로 농업·광업 등 원자재 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레알화 가치는 까르도주 당시에 비해 떨어지고, 2003~2008년의 세계적 호황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수출 실적이 개선된 것입니다. 이에 반해 중급이나 고급 기술이 필요한 제조업 상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일종의 '탈산업화' 현상이 진행 중입니다.
가이 버튼 교수 (런던 정경대학)는 2000년대 들어 브라질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3.2%로, 같은 브릭스(BRICs) 국가인 중국·인도(7~10%)보다 크게 낮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은 브라질과 반대로 저금리-통화 저평가 정책을 사용했기에 국내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브라질 경제는 삽시간에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5. 그러나 룰라의 임기 8년동안 2000만여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등 빈부격차가 빠르게 시정된 것은 사실입니다. 2006년 재집권 이후에는 4~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세계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 나라도 브라질입니다. 이같은 현상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서 '경제 자유주의'의 한계를 보완한 덕분입니다. 먼저 '가족 수당'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가 있습니다.
6 인프라(사회간접시설) 투자를 크게 늘린 것도 룰라 정부의 공로입니다. 브라질은 한국과 반대로 인프라가 지나치게 부족한 나라립니다. 룰라는 2007년 '경제성장 가속화 프로그램(PAC)'을 개시합니다. 4년 동안 교통·에너지·위생·주거 따위 인프라에 5040억 레알(약 337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개발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룰라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매년 1%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룰라 집권 2기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SBS | 하대석 | 입력 201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