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신묘년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신년사 -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해를 시작하며 희망을 세우고, 새롭게 다짐하는 것은 해가 바뀔 때 마다 반복하는 일입니다만 올해는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은 역사의 한 변곡점이 될 2012년이 바로 올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우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루어진 역사의 후퇴, 민주주의와 민생, 남북관계의 위기를 다시금 목도해야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고조된 남북관계의 긴장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육지에 포탄이 떨어지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태로까지 악화되었고, 국민은 전쟁의 위기감속에 연말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분쟁지역화 되었으며, 동북아에는 신냉전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자 이루어진 예산 날치기 폭거 속에 날아간 서민복지예산은 국민의 마음을 상처내고, 더욱 깊은 분노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거듭되는 역사의 퇴행 속에서도 2010년, 스스로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6·2지방선거의 결과는 오만한 정권을 심판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를 분명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또한 전례 없이 고조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에 비례하여 평화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이를 지켜내려는 시민의 마음 역시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시민의 힘으로 지켜냅시다
우리는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한반도 평화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개탄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와 공존의 약속,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는 사라지고, 제재와 압박, 이에 맞선 핵 능력의 확대와 군사적 모험주의의 강화와 같은 힘의 논리에 기반한 대결적 노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긴장고조와 무력 충돌에 따른 최대 피해자가 한반도 주민이라는 점을 직시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주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어떤 형태의 정치적, 군사적 대결노선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는 남북 당국이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특히 일체의 군사적 긴장조장 행위는 자제되어야 합니다. 대화 재개를 통해 북한은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한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하고, 남북 양측은 서해상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재개,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정상화도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9.19 공동성명 합의 사항의 이행이야말로 지금의 위기국면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고 남북관계 정상화와 평화 실현을 위해 우리 국민이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의 평화 의지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4대강 사업 반대 국민운동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연말 이명박 정부는 국민 다수의 의사에 반하여 4대강 사업 예산안과 친수구역특별법을 날치기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합니다. 4대강 사업은 목적과 과정 및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 하나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오직 토건세력에 의한, 토건세력만을 위한 사업입니다. 우리 모두의, 그리고 미래 세대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국토자연생태계를 오직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그 시각 자체에서부터,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이 공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분노 그 자체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과 독단의 상징물인 인공댐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합리적 이성과 양심의 부정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공사를 계속 강행한다 하여도, 또한 설사 완공한다 하여도, 이 공사를 중단시키고 인공시설물을 해체하는 그 날까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거대한 사기극에 동참한 정치세력과 영혼 없는 공무원 등에 대한 분명한 심판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입니다.
이제 지방자치를 혁신할 때가 되었습니다
2011년은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년 동안 우리 지방자치는 부패, 독선, 예산낭비, 개발만능주의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지방자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참여'는 보장되지 못했습니다.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인 중앙정부의 통제는 여전합니다. 재정, 조직, 인사 모두 중앙정부가 간섭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지방의 자율성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자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민선 교육감들의 정책에 대해 간섭하고 방해하는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20년이면 성인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하듯이, 지방자치도 이제 새롭고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방자치제도를 '주민참여'와 '중앙의 불합리한 통제 폐지'를 중심에 놓고 혁신해야 합니다. 6.2 지방선거 이후에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부터 혁신적인 사례와 모델들이 만들어진다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입니다. 올해 우리는 아래로부터 거버넌스의 모델과 지방자치 혁신의 사례를 만들어 내면서 지방자치 혁신이 2012년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국가적 의제가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지혜와 힘을 모아낼 것입니다
나라와 정치를 바꾸어 내기 위해 시민의 힘을 모아냅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광화문 거리를 뒤덮은 수백만 촛불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파괴와 소중한 혈세의 낭비를 반대하는 다수 국민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이에 눈 감고 귀 막을 때 어찌 되는 지를 거듭거듭 확인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 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은 그런 자각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국민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는 의심할 바 없이 분명합니다. 이런 열망과 의지의 표출을 가로막는, 시민의 참여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가로막는 선거법 등 제도의 개혁은 올해 시민사회운동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제 민주진보진영 모두가,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분열을 딛고 작은 차이를 넘어 통 큰 단결을 통해 국민의 열망을 받아 안아야 합니다. 단결의 밑거름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분열의 상처와 불신, 파당적 이해를 넘어 단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민의 힘입니다. 힘과 의지를 모아주십시오. 헌신하겠습니다.
국민이 희망입니다
2012년을 앞둔 올 한해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생, 남북관계의 위기를 딛고, 지난 3년간의 반대와 저항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전진을 위한 초석을 굳건히 만들어야 합니다. 2012년은 올해 우리가 흘린 땀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 중대한 고비 때마다 시민의 힘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역사를 이루어낸 시민의 힘으로 이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냅시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이 희망입니다.
2011년 1월 4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