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9일 아침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는 63세의 안용수씨가 교원 복직을 요구하며 반나절 이상 시위를 벌였다.
복직된다고 해도 채 한 달이 안 돼 그만둬야 하지만, 잠시나마 교단에 서겠다는 그의 의지는 단호했다.
35년 전 연좌제 때문에 교단을 떠나야 했던 안씨의 사연은 기구했다.
안씨의 형 학수 씨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다가 1966년 9월 현지에서 북한에 포로로 끌려가 대남 선전에 이용된 '납북 포로'였지만, 당시 정부에서는 그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경북 포항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학교에서 쫓겨났고 안씨는 고교 시절부터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교대를 나와 1975년 3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빨갱이 가족'이라는 손가락질 속에 교직 생활 내내 육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 직원과 교장, 학부모의 사직 압력에 시달렸다.
안씨는 계속된 강압에 못 이겨 1980년 9월 5일 사실상 강제 사직당한 이후 줄곧 힘겨운 삶을 이어왔다.
2009년 통일부가 진상조사 끝에 형 학수 씨를 '국군포로'로 인정하면서 마침내 '빨갱이 가족'의 굴레를 벗은 안씨는 "꼭 교단에 다시 서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되새기며 2013년 9월 시교육청에 복직 신청을 냈다.
그러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안씨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안씨가 연좌제로 오랜 기간 고초를 겪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직을 결심할 만큼 교장의 강압이 심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가 택한 마지막 수단은 교육청 앞 시위였다.
안씨는 "연좌제 때문에 35년 전 떠난 교단에 다시 서게 해달라"며 이날부터 일주일간 교육청 앞에서 매일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해 면담에서 연말까지 가능한 한 마무리 짓겠다고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안씨는 "35년간 못 받은 월급은 필요 없다. 연좌제 때문에 억울하게 교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아버지와 내 한을 풀고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이라며 "그게 이달 말 정년을 앞둔 나이에도 내가 다시 교단에 올라야 하는 이유"라고 호소했다.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