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오는 16일 열리는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기념 행사에 현직 국무총리로는 최초로 참석해, 지난 반세기 동안 한센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었던 사회적인 차별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기로 했다.
국무총리실은 한 총리가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9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센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정부의 격리 정책과 사회적 차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기념 행사에 현직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한 총리의 소록도 방문과 연설이 사실상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예정된 기념식은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와 직원 820명, 한센병을 앓다가 완치된 이들과 그 가족 4700명, 자원봉사자와 일반 시민 380명 등 총 5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 총리는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때 한센병을 앓았던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이 "과거 국가의 격리 수용책에 따라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소록도 병원 등에 감금되는 등 인권이 유린됐다"고 지적하자, "한센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변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연설도 비슷한 수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립소록도병원 박형철 원장은 "국무총리가 몸소 유감과 위로의 뜻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과거 한센병 환자들이 겪은 마음속 응어리를 푸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립소록도병원에는 한센병 환자와 한센병 합병증 환자 620명이 입원중이다. 과거 한센병을 앓았던 환자 1만4000여명 중 70%가 이 병원을 거쳐갔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