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건축 현장에서 미장일을 하면서 월 100만원 안팎을 벌지만, 허리가 아파 일하는 날과 누워 있는 날이 반반이다.
참다못해 부인이 전자제품 회사에 취직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부인이 월 80만~90만원을 벌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자격에서 벗어나게 생긴 것이다. 우선 영구임대주택 거주 자격이 사라져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대폭 오른다. 사실상 나가라는 얘기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생계·의료 급여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부인은 일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임대아파트주거복지시민운동연합회 윤범진 회장은 "맞벌이를 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아 좋은 일자리가 아니면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맞벌이 부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중산층을 두껍게 하겠다며 지난달 내놓은 '휴먼뉴딜'의 핵심은 가구소득원 다양화 등 복지 수혜 대상의 맞벌이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 부부처럼 실제 정부의 복지정책 중에서는 맞벌이를 하면 오히려 혜택에서 멀어지는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보육료 지원의 경우 외벌이 부부보다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더 절실한 대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맞벌이 부부 박모(31)·이모(29)씨 부부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편(월 249만원)만 일을 하면 정부에서 두 살짜리 딸 보육료 17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아내 수입(월 131만원)까지 합쳐 소득을 계산하기 때문에 대상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딸 보육료로 한 달에 35만원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영미 공동대표는 "엄마가 나가 일을 하면 소득이 높아져 보육비 감면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흔하다"며 "엄마들이 돈 계산을 해보고 차라리 애가 클 때까지 일 안 나가겠다는 식이 많다"고 말했다.
불임(不妊) 부부 가능성은 맞벌이 쪽이 더 높다. 하지만 불임 부부에 대한 시험관아기 시술비 지원 역시 '도시 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130% 이하'라는 가구 소득조건 때문에 대다수 맞벌이 부부는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방과 후 학교 지원, 아이돌보미 서비스 역시 맞벌이·외벌이 구분 없이 부부 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복지정책을 외벌이냐, 맞벌이냐를 구분하지 않고 가족 전체의 소득을 기준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맞벌이·외벌이를 구분하는 정책은 신혼부부 청약에서 외벌이 가정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 맞벌이 가정은 120% 이하로 차등을 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우리도 맞벌이 부부가 복지 불이익을 받는 구조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의 경우 적은 쪽 소득의 절반만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그만큼 예산이 필요해 채택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매달 일정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사람. 4인 가족의 경우, 월수입과 재산을 월소득으로 환산한 소득환산액 합계가 월 133만원 이하인 가구가 대상이다.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