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 일컬어지는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이 최고경영자(CEO) 못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는 '신(新) 귀족노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알리오 시스템에 따르면, 상당 수 공공기관 노조들이 사측을 상대로 유리한 단체협약을 맺어 휴가를 늘리고 각종 수당을 챙기는가 하면 인사 및 경영권까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노조는 조합활동 관련 각종 회의나 교육 행사 참석 시, 사전 통보 만으로 근무시간 중 유급 조합활동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노조조합원의 채용?이동?평가?승진 등 인사원칙을 사전에 조합과 협의 또는 합의 아래 시행토록 하는 등 노조의 입김이 경영권을 흔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시설공단, 도로공사는 근무평가 등에서 노조 전임자 처우를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도록 특혜 규정을 두었다. 한국공항공사 등은 구조조정, 합병?분할, 조직개편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사 협의가 아닌 노사 합의로 시행토록 해 구조조정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노조는 채용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철도시설공단은 노조의 정원 확대 요구에 정당한 이유없이 거절할 수 없었고, 토지공사 도로공사 조폐공사는 특정직급 이상 채용 시 노조와 합의토록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인사 원칙을 사전에 조합과 협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의 인사와 경영권이 노조에 양도된 상황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비해 휴가기간도 유달리 길었다.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산업연구원은 단체협약상 법정 휴일과 휴가를 제외하고도 특별휴가, 경조휴가 등 모두 합쳐 30~40일이 넘는 휴가가 인정되고 있었다.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방송통신대 수업 참석 등 개인적인 학습 출석도 특별 휴가로 인정됐다. 한국소비자원은 근무시간 중 대학이나 대학원 출석을 1주일에 2일, 8시간 한도 내에서 허용하고 있었다.
법정 근로시간인 월 209시간 보다 적은 근로시간을 규정해 수당을 챙기는 곳도 있었다. 철도공사와 산업연구원은 근로시간을 184시간으로 규정해 연장, 야근 근로 수당을 챙겼다. 조세연구원은 업무와 무관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휴직해도 임금을 지급했다.
반조합적인 직원에는 노조의 요구 시 징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해 노조에 대한 사내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가 하면 노조 전임자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노조가 이처럼 사 측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전체 산업 조직률(10.8%)에 비해 6배나 높은 노조조직률(65.8%)과, 519명에 달하는 노조 전임자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기관이 기관장 고유권한인 인사, 경영권을 노조에 상당부분 넘긴 것은 책임감 없는 기관장이 자리 보전을 위해 노조와 담합한 결과로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출처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