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광천새마을금고의 고객예탁금 횡령 사건은 정말 황당하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에 따르면 광천새마을금고가 1999년 4월~2008년 5월까지 조합원 5천880명의 예탁금을 허위 계좌에 넣었다 빼는 수법으로 1천500억 원(누적액)을 빼돌렸다. 이 사건으로 이사장과 그의 아들, 임원 등 4명이 구속됐고 전.현직 직원 16명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고객 피해액 168억 원은 공적자금으로 변제됐다. 이사장은 별도의 전산망을 갖춰 놓고 직원들에게 전표 조작과 수기장부 작성 방법을 가르치며 범행을 `독려'했고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써주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금융기관이라기보다 범죄조직에 가깝다.
시골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빼돌릴 수 있었다는 것도 의문이거니와 범행이 그렇게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도록 감독 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새마을금고연합회가 자체 감사를 벌여 범행을 확인한 뒤 직원들을 모두 파면하고 작년 9월 금고 해산과 함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지만 뒷북도 이만저만한 뒷북이 아니다. 예금과 대출 계수 등에 대한 상시적 감독과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장기간에 걸친 초대형 횡령 사건은 진작 걸러졌을 것이다. 이번 사고로 새마을금고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전국의 새마을금고는 올 1월 말 현재 모두 1천516개로 총수신 51조6천억 원에 총자산 60조 원의 당당한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중엔 자산이 1조 원을 넘는 대형 금고도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금융에 대한 전문 식견이 없어 감독이 허술하고 검사권을 갖고 있는 새마을금고연합회는 개별 금고들의 이익단체 성격이라 제대로 된 검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덩치는 자꾸 커지는데 허울뿐인 자율감독체제를 고수하고 있으니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할 지경이다. 지난 2004년부터 작년 7월까지 22개 새마을금고에서 665억여 원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중 80% 이상이 이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들에 의해 빚어진 것만 봐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강화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제2금융권에 속하는 어엿한 금융기관이 금융 당국의 감독 권한 밖에 있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자료요구권과 검사권 및 감독권을 금융 당국에 위임해 놓고 있는 농협 형식이 새마을금고에도 적용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대규모 적자나 예금 인출 사태, 자산 운용 부실, 부정 대출, 횡령과 배임을 비롯한 금융사고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도 적절한 시정조치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정부도 감독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2007년 개선안을 국회에 넘겼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지난해에도 말만 오가다 끝났다.
새마을금고를 갖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등이 법 개정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데다 행안부와 금융 당국의 `밥그릇 싸움'까지 겹쳤으니 감독체계 개선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같은 서민금융기관의 부실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사각지대는 하루속히 해소돼야 한다.
기사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