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새해에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생명이 존귀하게 여김 받고 평화와 소통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며
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과 이웃,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지난 해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어려우신 일 많으셨지요. 새해에는 그런 어려움들이 모두 해결되어 보다 더 행복하고 기쁜 한해를 보내시길 빕니다. 아울러 내 행복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이 화평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되새기며 이웃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십시다.
그동안 우리 시민단체들은 시민이 주인이 되고 시민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각 분야에서 일해 왓습니다. 그러나 시민 여러분들이 기대하고 후원해주었던 것만큼 제대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경제는 성장하고 그 성장의 혜택을 누리며 더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 시민들의 삶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각박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좀 더 지혜롭게 열심히 일하였더라면 그런 어려움을 좀더 감소시킬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앞으로는 지난 시기의 활동을 철저히 반성하면서 더 나은 사회 만들기에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변화의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경쟁과 효율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계화라는 물결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성장과 효율성만을 강요받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과정은 어떻든 경제만 성장하면 그 어떤 가치든 희생되어도 좋다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태안 앞바다의 원유 유출이나 이천 냉동창고 건설현장 화재 같은 참혹한 재앙을 당하면서도 그저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고 정도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인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안전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건설현장의 부당한 다단계 하청구조와 탈법적인 선박운행의 관행에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과정의 정당성이 무시되고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위해 사람과 자연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또 다시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 그리고 우리의 삶의 터전인 아름다운 이 나라 산천이 언제 어떻게 참혹한 피해를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의 행복과 자연생태계의 온전함을 지켜내지 못하는 물질적 성장은 결국 이후에 더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안전한 삶과 자연생태계의 온전함을 유지하면서도 물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사회 발전을 원합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내 이웃들이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을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시민단체들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노인이나 장애인, 일상의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가족을 지켜갈 수 있는 사회적 연대와 안전망이 준비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우고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하고 질 높은 지식사회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겠습니다. 우리 생명의 근본이 되는 자연생태계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고 뭇 생명을 일시에 파괴하는 전쟁의 불안이 더 이상 이땅에 존재하지 못하도록 한반도 주변의 생명 평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사회적으로 강자들 몇 몇만이 살아남아 잘 사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물질적으로도 결핍하지 않고 생활 전반에서 안전하고 만족하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 사람이 존재함만으로도 존귀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간다운 사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사회를 우리는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단체들은 이런 평화와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나라, 개개인들의 높은 창의력과 든든한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질 높은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이 가능한 시민들이 주인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지난날 저희들이 열심히 일한다고 하면서도 시민 여러분들의 삶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역부족했고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차분히 대안을 만들어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여러분 앞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는 더욱 분발하여 우리가 꾸는 꿈이 여러분과 함께 꾸는 꿈이 되고, 그것이 현란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 우리 현실에서 가능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무리 경제적 수치가 높아져도 여러분들 개개인의 삶이 행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고 여러분들의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도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비판과 격려,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한국사회 시민운동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데 온 몸으로 일해오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 여러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그동안 꿋꿋하게 활동해 오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 어느 때보다 시민운동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의 최고의 강자인 기업과 그들의 활동을 통해 경제가 성장해야 존립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부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고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의 수혜자인 시민들의 목소리와 힘은 약해지고 효율성과 경제적 파이를 일단 키워야 한다는 논리 앞에서 그동안 확보하였던 사회안전망마저도 오히려 점점 더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의 대변자가 되고 지지자가 되어야할 시민단체들은 재정난과 그에 따른 인력난으로 그 활동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이 먼저 시민사회의 요구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통해 신뢰받는 시민운동으로 거듭나도록 하십시다. 시민들 스스로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 자구운동과 시민 직접 참여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좀 더 시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도록 합시다. 가정과 마을, 지역사회와 직장 등 시민들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민대중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합시다.
오늘 다시 한번 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가지고 올해에도 온전한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읍시다. 꿈을 꾸면서 함께 겪는 어려움은 어려움이 아닙니다. 기쁨입니다. 오늘 우리 앞의 온갖 어려움을 시민과 함께 시민의 삶의 현장에서 극복하여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에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줍시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사회를 일구어가기 위해 노력하시는 많은 시민단체 회원 여러분들, 올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1월 15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