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점암씨는 군사정권 시절이던 71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군기피자가 자원입대 할 경우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생계가 곤란한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원입대하였다.
하지만 이등병 시절 당한 구타로 인해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그러고도 35개월이 넘는 군복무기간 내내 간첩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군보안대에 끌려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그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상해를 입은 몸으로 3년간 군 생활을 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역 이후에도 그의 삶 자체를 국가가 조직적으로 파괴하려 들었다는 것이다.
국가의 실수에 대한 은폐를 하고자 개인의 삶을 파괴한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군사정권은 그의 하소연을 번번이 외면하는 한편,
그의 생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가하기 위하여 문민정부 시절이던 96년 당시,
그가 운영하던 만화가게마저 못하도록 방해하여 폐업하기에 이른다.
아직도 밤마다 들려오는 작은 소음에도 깜짝깜짝 놀라 깨곤 하는 피폐해진 그의 삶이,
단지 ‘국가의 실수’한 마디로 정리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도 막바지에 접어든 아직까지 국가는 그에게 사과는 커녕,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인권 유린의 실상을 확인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간단히 두 가지 이다.
그가 구타당하던 순간을 목격한 전우들의 연락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병무청으로 기안 한 장만 보내주면 되는데, 국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또 하나는 국가정보원의 진심어린 사과이다.
즉, 30년 넘게 간첩이라는 굴레를 씌워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여전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진실에도, 화해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30년 넘게 국가가 망친 개인의 삶을 보상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가가 입힌 피해에 대한 외침을 들어주는 자세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되어야 한다.
군사정권에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시대가 바뀐 만큼 국가의 국민에 대한 생각과 이해도 달라져야한다.
부디 국가는 피폐해진 한 국민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